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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문서창고/ 에스라 6:1-5

1 이에 다리오 왕이 조서를 내려 문서창고 곧 바벨론의 보물을 쌓아둔 보물전각에서 조사하게 하여
2 메대도 악메다 궁성에서 한 두루마리를 찾았으니 거기에 기록하였으되
3 고레스 왕 원년에 조서를 내려 이르기를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에 대하여 이르노니 이 성전 곧 제사 드리는 처소를 건축하되 지대를 견고히 쌓고 그 성전의 높이는 육십 1)규빗으로, 너비도 육십 규빗으로 하고
4 큰 돌 세 켜에 새 나무 한 켜를 놓으라 그 경비는 다 왕실에서 내리라
5 또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하여 바벨론으로 옮겼던 하나님의 성전 금, 은 그릇들을 돌려보내어 예루살렘 성전에 가져다가 하나님의 성전 안 각기 제자리에 둘지니라 하였더라

성경에는 이스라엘의 역사 이외에도 주변의 여러나라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사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약소국이었고 주변의 강대국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이스라엘이 잠시 위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그때는 일종의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나라들이 서로 경합을 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앗수르가 세력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앗수르에 이어 바벨론, 페르시아(바사), 마케도니아, 로마와 같은 세계사적인 대제국들이 연이어 등장하게 되고 약소국들에게는 시련의 시간이 닥쳐오게 됩니다.

그런데 성경을 이해하는데 세계사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하나의 배경지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시며 세계사의 흐름을 통해서도 역사하시는 역사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대제국들에게 나라를 잃었고 타향으로 끌려가 포로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하나님이 페르시아를 통해 역사하시는 것을 경험하며 이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깨닫게 됩니다.

출애굽의 경험도 대제국과의 만남이지만 그때 애굽은 하나님을 적대하는 세력이었고 하나님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건져주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시대에는 하나님이 페르시아 제국과 페르시아의 왕들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포로로 끌고 갔던 바벨론이 뒤이어 등장한 페르시아에 의해 무너진 후에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고레스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향으로 돌아서 하나님의 성전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조서를 내립니다. 고레스 왕은 페르시아를 이전의 대제국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통치했습니다. 그는 일종의 다문화정책을 추진하여서 페르시아에 복속한 여러 민족들의 종교와 언어와 문화의 자유를 인정하였고 자치정부로 구성되는 연방체제 수립하였습니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가는 왕이었기에 포로로 잡혀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성전을 건축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에스라서에는 예루살렘에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다시 건축하기 위한 기공식을 하면서 기뻐하는 장면이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성전 건축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멸망하여 포로로 끌려간 후에 그 땅에 들어와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던 이방 민족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이스라엘이 재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성전건축을 훼방하고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거짓으로 고발하면서 성전건축을 좌절시켰습니다. 그래서 16년이나 건축이 중단되었다가 하나님이 학개와 스가랴 같은 선지자들을 보내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격려하심으로 다시 성전 건축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때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시 성전을 짓는 것을 보고 그 지역을 관장하는 페르시아의 총독이 찾아와 누구의 허락을 받고 여기에 이렇게 성전을 짓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원래 이곳에 아름다운 성전이 있었지만 그들이 하나님을 노하시게 하여 심판을 받아서 바벨론 사람들에 의해 성전이 허물어져 버렸지만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의 명령으로 다시 짓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페르시아의 총독은 자신이 임의로 상황을 판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페르시아의 총독으로서 자신은 왕의 명령을 이행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고 이 말이 거짓이라면 이들을 징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페르시아의 왕이던 다리오에게 문의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요청을 받은 다리오도 자신이 임의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짓지 말라고 해”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과연 그런 조서가 발표된 적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오늘 본문인 6장 1-2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에 다리오 왕이 조서를 내려 문서창고 곧 바벨론의 보물을 쌓아둔 보물전각에서 조사하게 하여 메대도 악메다 궁성에서 한 두루마리를 찾았으니”

당시 페르시아에는 네 개의 도시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바벨론과 수사와 페르세폴리스와 악메다였습니다. 고레스 왕의 조서를 바벨론에서는 찾지 못했지만 악메다에서 결국 찾아내게 됩니다. 악메다는 당시에 여름궁전이 있어서 왕들이 여름을 보내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조서를 찾아내게 된 것입니다. "메대도 악메다"라고 표현한 것은 악메다라는 도시가 메대라는 지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입니다.

다리오 왕은 고레스 왕의 조서의 내용이 확인이 되자 건축을 계속하도록 허락했을 뿐 아니라 고레스왕의 칙령대로 건축비용까지 지원하도록 하였고 이렇게 해서 결국 성전이 완공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의 페르시아 제국의 문명의 수준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왕의 명령이 문서로 보관이 되어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국가의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선대의 정책을 계승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레스 왕이 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다리오 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이 무게를 가지려면 왕 자신도 다른 왕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거대한 제국을 다스림에 있어서 국가적인 질서가 잡히기 위해서 페르시아에서 확립하고자 했던 원칙은 바로 한번 왕이 내린 명령은 결코 뒤집을 수 없다는 전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스더서를 보아도 하만의 궤계로 왕이 모든 유대인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가 후에 에스더의 간청을 듣고 하만의 계략을 왕이 알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이 내린 명령을 취소하지 못합니다. 대신에 유대인들이 자위권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명령을 내림으로 위기에서 그들이 구원을 받게 되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페르시아 제국의 문명의 수준과 질서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건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선교의 역사 가운데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장로교의 역사를 보면 신학교가 세워지고 최초로 목사로 안수를 받은 사람들을 배출한 해가 1907년이었습니다. 이때 안수받은 7명의 목사들 중에 이기풍 목사를 제주도로 선교사로 파송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1909년에 안수받은 8명의 목사들 중에 최관흘 목사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으로 파송하여 당시 그곳에서 살고 있던 우리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였습니다.

최관흘 목사는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부에 사역허가를 요청하는 문서를 발송을 했고 허가를 받아서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연해주지역에서 사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러시아정교회에서 장로교의 선교활동을 방해하기도 하였고 후에 1917년 러시아가 공산화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장로교회는 러시아 선교를 포기하게 되었고 최관흘 목사의 이후의 행적도 알려지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오랜 세월이 흘러서 1990년대에 러시아가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선교의 문이 다시 열리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선교사들이 러시아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단들까지 난립하며 많은 혼란이 벌어지게 되자 러시아 정부는 1998년에 새로운 종교법을 발표하면서 선교사들을 규제할 목적으로 모든 종교 법인을 재등록하게 했고, 재등록 요건으로 15년 이상 러시아에서 활동했다는 증명을 요구하였습니다. 구소련시대부터 러시아선교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단체들에게만 등록을 허락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장로교 선교사들은 90년대에 사역을 시작했기 때문에 등록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최관흘 목사를 기억해내게 되었고 최관흘 목사가 1909년에 보냈던 선교허가요청서를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편지를 1909년부터 러시아에서 활동했다는 증거로 제시해서 우리나라 선교사들이 정식으로 등록을 하여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관흘 목사가 당시에 사역했던 구체적인 결실을 오늘날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뿌린 씨앗이 남아서 후배 선교사들의 사역의 문을 열어주게 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가 그 오래전에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정식으로 사역을 했고 그 당시의 문서가 지금껏 보존이 되어 있었고 또 그 문서를 받아들여준 러시아 당국의 결정을 통해 선교활동이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우리는 때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뭔가 특이한 방법을 통해서, 기적을 통해서, 때로는 뒷문으로, 편법으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룬다는 명분으로 목회의 현장, 선교의 현장에 많은 편법의 유혹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성도들의 믿음의 기도로 기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세워지는 공평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역사하시고 이 세상 사람들의 양심과 성실함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정이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국가적인 지도자들부터 시민들 한사람에 이르기까지 신실하고 정직하고 약속을 지키고 공의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때, 그래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한 법질서가 세워지는 나라가 될 때에 하나님은 우리나라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실 것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의 삶에, 그리고 우리나라에 진실과 정직과 신의와 공평과 정의의 열매가 맺어지는 은혜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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