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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량할 수 없는 은혜 / 스가랴 2:1-5

1 내가 또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측량줄을 그의 손에 잡았기로
2 네가 어디로 가느냐 물은즉 그가 내게 대답하되 예루살렘을 측량하여 그 너비와 길이를 보고자 하노라 하고 말할 때에
3 내게 말하는 천사가 나가고 다른 천사가 나와서 그를 맞으며
4 이르되 너는 달려가서 그 소년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예루살렘은 그 가운데 사람과 가축이 많으므로 성곽 없는 성읍이 될 것이라 하라
5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불로 둘러싼 성곽이 되며 그 가운데에서 영광이 되리라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첫 주를 맞이합니다. 올해는 드문드문 크리스마스 캐롤도 들리고 작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성탄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는 오는 해와 가는 해의 교차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는 마지막 달이지만 그러나 교회력으로는 대림절부터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성탄절전에 4주간을 지키는 대림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를 기억하며 성탄절을 기다리는 절기이며 또한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기다림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특히 입시 과정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시험의 결과를 기다리며 애태우는 시간들은 그냥 빨리 지나가기를 원하는 그런 시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무언가가 현실로 드러나기 이전의 가능성 속에 있는 시간들은 우리에게 기대와 소망을 주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간이 됩니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그 한 두시간의 식사를 위해 어떤 사람들은 여러 날 전부터 정성껏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매우 값지게 만듭니다. 신랑신부가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기로 결단을 하고 두 사람이 이루어낼 가정을 함께 그려보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들뜬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도 과거에 성탄절을 기다리며 느꼈던 약간의 흥분이 섞인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다림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예전에 경험했던 설레임들이 행복한 추억이 되어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점점 기다림의 기쁨이 점점 사라지는 것은 기다림의 결과가 변변치 않았던 실망의 경험들 때문일 것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막상 그 결과를 보았을 때에 “이게 다인가”하는 실망을 한번 두 번 느끼다보면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커지기에 차라리 점점 기대감을 접어놓고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가 감동적으로 읽었던 명작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영화가 소설 이상으로 감동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장면들이 그 유명한 감독들이 구현한 세계보다 더 풍성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 그러나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가 현실보다 훨씬 더 풍성하며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현실의 척박함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를 행복하고 설레게 만들어주던 세계를 버려야 합니까?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설레게 했던 상상의 세계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대림절은 그 상상의 세계, 꿈의 세계가 정말로 존재하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그리고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으며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는 하나님의 나라의 영광이 우리에게 날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다림의 기쁨을 회복하라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함께 묵상하는 말씀은 스가랴서입니다. 스가랴서는 구약성경 중에 소선지서로 분류되는 12권의 책들 중의 하나이며 구약성경의 끝부분에 있는 서신입니다. 스가랴서와 혼동되기 쉬운 책으로 소선지서 중에 스바냐서가 있습니다. 스가랴서는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이고 스바냐서는 아직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포로로 끌려가기 전에, 예레미야 선지자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성경에서 위대한 왕이라고 칭송하는 히스기야왕의 자손이었던 스뱌냐 선지자가 선포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스가랴 선지자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신약성경에도 등장하는데 예수님 보다 먼저 와서 예수님의 사역을 예비하는 역할을 했던 세례요한의 아버지의 이름이 사가랴였습니다. 그는 제사장으로서 자신의 순번에 따라 성전에 들어가서 봉사하다가 천사를 만나고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자기 집에 아들을 얻게 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세례 요한이었습니다.

우리가 지난 주일까지 에스더서를 묵상했습니다. 에스더서의 이야기는 포로에서 귀환하지 않고 페르시아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스가랴서는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에 번성하던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되었고 북쪽나라는 먼저 앗수르에게 멸망을 당하고 남아있던 유다지파가 중심이 된 남쪽나라도 후에 바벨론의 침공으로 멸망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바벨론으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바벨론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페르시아가 등장한 후에 페르시아의 왕인 고레스가 칙령을 내려서 끌려온 백성들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허락을 합니다.

스가랴서는 이들이 감격적으로 돌아온 후 약 20년이 흐른 시점에서 하나님이 스가랴 선지자를 통해 주신 말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돌아온 사람들은 바벨론에 의해 무너져버린 하나님의 성전을 다시 세우기 위해 기초를 놓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포로생활로 고생을 하다가 돌아온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이 가져온 것도 없었고 이전의 영화는 다 사라지고 폐허만이 남이있었기에 그런 척박한 현실 속에서 도저히 공사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위의 이민족들도 자기 땅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훼방을 놓고 페르시아 왕에게 이들이 반역을 꾸미고 있다고 무고를 하여 공사가 중단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처음의 열정, 감격이 사라지고 척박한 현실에 지쳐갈 때에 스가랴 선지자를 통해 환상을 보여 주시고 다시 꿈을 꾸게 하시고 다시 기대를 갖고 소망을 찾게 하셨습니다. 이 시대는 재건의 시대,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우는 시대, 중단되었던 희망을 다시 이어가던 시대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스가랴 선지자는 측량줄을 든 사람이 예루살렘 성벽의 길이를 재러 가는 환상을 봅니다. 스가랴의 시대에는 아직 예루살렘의 성벽이 없었고 무너진 폐허만 남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측량을 한다는 것은 이제 공사가 시작이 되며 성벽이 다시 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스가랴의 마음은 흥분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사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스가랴 선지자는 두 천사가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게 되는데 한 천사가 다른 천사에게 저 측량줄을 가진 사람에게 가서 측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라고 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살게 될 사람과 짐승이 너무 많아서 성벽을 만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5절에 나와있듯이 하나님이 친히 불성곽이 되어서 백성들을 지켜 주실 것이는 약속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성벽으로, 측량할 수 없는 은혜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키시고 함께 하신다고 약속하시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벽과 보이지 않는 성벽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시편 127편에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견고하게 성벽을 세우고 우리의 것을 지키려 하더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다면 우리의 수고는 다 헛된 것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이 우리의 성벽이 되어 우리를 지켜 주실 때에 우리가 세우는 성벽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우리의 모든 수고에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종종 내가 목사를 안됐으면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후보가 되는 직업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집을 짓는 것, 건축을 하는 것입니다. 목회도 일종의 집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의 영혼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신앙의 집을 지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집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만큼 지어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건축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목사를 하지 말고 건축가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가 자신의 영혼의 집을 짓는 사람들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이 보이지 않는 집, 우리의 영혼의 집이 더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우리가 측량할 수 있는 성벽을 세우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성벽이 되어서 우리를 지켜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견고하게 의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은혜보다는 늘 눈에 보이는 선물을 원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셔서 우리에게 보이는 선물도 주십니다. 산타할아버지는 있는지 없는지 몰라도 하나님은 우는 애들에게나 웃는 애들에게나, 착한 애들에게나 나쁜 애들에게나 선물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측량할 수 없는 풍성한 은혜의 선물을 예비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 선물을 한꺼번에 다 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작은 선물들을 통해 앞으로 주실 풍성한 은혜를 미리 맛보게 하시고, 그래서 보이는 세계의 작은 기쁨들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풍성한 축복을 사모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우리에게 찾아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지난 11월 26일은 홍수환 선수가 주니어페더급 세계 타이틀전에서 파나마의 카라스키야 선수를 맞이하여 4전5기의 신화를 쓰며 챔피언의 타이틀을 얻은 지 4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경기는 불굴의 인내와 끈기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에 바로 카라스키야선수가 찾아와서 축하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경기 이후의 그의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을 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파나마에서는 그 경기가 워낙 드라마틱한 경기여서 권투전문 프로그램에서 6개월 동안이나 틀어줬다고 합니다. 카라스키야선수는 자신이 패배한 장면을 거듭해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경기 때문에 유명해져서 광고도 찍게 되었고 그 후에 링을 떠나 정치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의원, 시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파나마에의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날의 패배는 내게 축복이었다. 그날의 패배의 교훈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합니다. 그날의 승자와 패자가 함께 얼싸안고 기뻐하는 축하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의 선물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측량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패배도 우리에게 또 다른 승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대림절을 맞이하며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를 위해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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