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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이 불이 되어 사르리라 / 예레미야서 5:10-14

10 너희는 그 성벽에 올라가 무너뜨리되 다 무너뜨리지 말고 그 가지만 꺾어 버리라 여호와의 것이 아님이니라
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의 집과 유다의 집이 내게 심히 반역하였느니라
12 그들이 여호와를 인정하지 아니하며 말하기를 여호와께서는 계시지 아니하니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할 것이요 우리가 칼과 기근을 보지 아니할 것이며
13 선지자들은 바람이라 말씀이 그들의 속에 있지 아니한즉 그같이 그들이 당하리라 하느니라
14 그러므로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가 이 말을 하였은즉 볼지어다 내가 네 입에 있는 나의 말을 불이 되게 하고 이 백성을 나무가 되게 하여 불사르리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어울리는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절기에는 덕담과 축복의 말이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지금 예레미야서를 읽으며 예레미야 선지자와 함께 씨름하고 있습니다. 예레미야서는 성경의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고통과 슬픔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무엇보다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진노 앞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러분은 성경에서 무엇을 보십니까?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들은 복을 받는다”, “예수믿고 나도 복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는 다윗의 고백을 들으면서 그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내려가는 고통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았던 믿음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말씀을 읽으면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성경을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의 성장이 정체되고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우리 앞 세대의 믿음의 선배들에 비해 기도도 부족하고 열심도 부족하고 전도도 부족하고 헌신도 부족한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진지 백년이 넘었습니다. 백 년 동안 예수 믿어 봤는데, 예수 믿어도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더라, 예수 안 믿는 사람들도 더 잘 먹고 잘 살더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 교회 안과 밖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보면서 예수 믿는 사람들도 다 돈 좋아하고 예수 믿는 사람들도 시기질투하고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러한 생각들은 기복신앙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성경은 애초부터 그런 것을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월 하루를 정해서 성경을 통독하는 시간을 갖고 성도님들에게 한 해에 한 번은 성경 전체를 꼭 읽으시도록 권면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몇몇 구절만을 성경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말씀 전체를 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언서는 우리의 신앙을 교정해주는 교정제의 역할을 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복주신다고 약속하신 이야기,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복주신 하나님,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복주신 이야기만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반쪽자리 성경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예언서로 분류되는 책들은 구약성경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 책에는 하나님의 선지자들의 이 세상의 불의에 대한 탄식, 눈물, 분노가 담겨있습니다. 예언서에 여러 가지 주제가 담겨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하나님의 백성의 멸망에 대한 선포입니다.

구약성경을 읽으면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나라에 하나님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제가 아는 어느 선교사님은 처음 교회가 가게 되었을 때에 하나님이 저 작고 별 볼일 없는 이스라엘을 편애하시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서 한 동안 교회를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 특별한 관심을 받던 이스라엘이, 스스로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생각하던 이스라엘이 망해버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세우신 다윗의 후손들의 왕가도, 하나님이 택하신 도성인 예루살렘도,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성전도 다 무너져버렸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거룩하게 여겨서 성전 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법궤도 사라져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의 형통함이 아니라 멸망이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성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 백성을 멸망에 이르게 하고 구원하지 못하는 하나님을 우리는 왜 믿어야 할까요?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고대로 가보면 그 당시에 많은 신들이 숭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애굽에도 많은 신들이 있었고 바벨론에도 많은 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가 애굽사람들이 섬기던 태양신 라를 섬기고 바벨론의 주신인 마르둑을 섬기고 있습니까? 그런 신들은 고대 애굽의 제국이 무너지고 바벨론이 무너지면서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스라엘이 멸망했는데도 유대인들이 섬기던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더 넓은 세계에 퍼지게 되었을까요?

신약시대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는 로마가 당시에 대제국을 이루고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로마제국은 처음에는 기독교를 박해했지만 4세기에 이르면 기독교를 인정하고 국교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로마의 황제들은 대부분 사실 대단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신앙의 힘을 통해서 당시에 분열되고 쇠락해가는 로마를 통합하고 다시 일으키려는 정치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독교를 국교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로마는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지 100년이 채되지 못하여 망했습니다.

우리가 매주 목요일에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수많은 책을 지은 당시의 대표적인 신학자인데 그의 책 중에서 고백록과 함께 “신국론(De Civitate Dei, The City of God)”이 유명합니다. 고백록은 그의 개인의 믿음의 여정을 고백한 책이고 신국론은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정리한 책입니다. 그가 신국론을 저술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다. 기원후 410년 로마제국의 수도인 로마가 게르만족에 의해 약탈당하고 황폐하게 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당시에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것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로마가 게르만족에게 함락된 것은 조상들의 신을 버렸기 때문이다”라며 교회를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 바로 신국론입니다.

천년을 이어온 로마도 망했습니다. 기독교를 박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를 받아들였는데도 망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은 로마제국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후 전 유럽에 퍼져갔고 전 세계에 전파되었습니다. 성경과 기독교의 역사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멸망이 결코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대한 믿음을 폐하지 못했고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하나님의 백성들의 멸망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신국론에서 당시 사람들의 비난에 대해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는 이 세상에 두가지 나라가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땅의 도성과 하나님의 도성, 땅의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땅의 나라는 인간의 죄와 욕망 위에 세워진 나라이고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세워진 나라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땅의 나라에 종속되는 분이 아니고 땅의 나라의 영광을 보장해주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시는 분이십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세워진 나라는 결국은 무너지게 되어 있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만이 영원한 것입니다.

성경은 이 세상에서의 우리의 형통함을 보장해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죄인됨, 이 세상의 허망함을 깨닫게 하고 무너져야 할 것을 다 무너뜨리고 태워버려야 할 것을 다 태워버리고 이제 우리의 눈을 들어 진정으로 영원한 가치가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찾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책입니다.

성경이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의 승리만을, 하나님의 백성들의 형통함만을 가르치는 책이었다면 우리는 오늘 그 책을 우리 손에 들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멸망과 함께 누구도 성경을 찾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성경이 하나님의 백성의 멸망을 선포하는 책이었기에 우리는 그 책이 진리임을 알게 되고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멸망이 강한 군대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외교에 실패했기 때문에, 운이 없었기 때문에, 힘이 없는 신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그들은 그들의 신앙을 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멸망의 통해 선지자들이 선포했던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들이 바로 하나님의 손에 의해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 믿음으로 그들은 다시 회복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우리는 역사서의 마지막에 바벨론의 포로로부터 돌아오는 감격적인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버렸기 때문에,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저버렸기 때문에, 거룩한 백성으로, 정의로운 백성으로 살아가며 서로에게 은혜와 긍휼을 베푸는 공동체를 이루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저버림으로 하나님이 그들을 심판하셨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들의 회복과 구원을 위해 하나님을 다시 의지할 수 있었고 그들의 소망은 다시 하나님을 찾음으로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하나님과 맺은 언약으로 돌아오고, 정의로운 나라, 은혜와 긍휼로 가득찬 나라를 다시 세워감으로 새로워  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심판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을 향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야훼는 그럴 분이 아니다. 우리가 재앙을 당하다니, 전쟁과 기근을 당하다니, 그럴 리 없다. 예언자들이란 공연히 지껄이는 바람 같은 것들! 그런 벌은 저희나 받으라지.”(공동번역) 하나님은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해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볼지어다 내가 네 입에 있는 나의 말을 불이 되게 하고 이 백성을 나무가 되게 하여 불사르리라”

하나님은 불의한 백성들, 긍휼을 베풀 줄 모르는 백성들, 하나님의 말씀을 그 마음에 품지 않은 사람들을 단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유로 편들어주시고 지켜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우리 안의 모든 불의와 거짓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이고 겸손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동이고 하나님의 말씀에 경청하며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수요일마다 루터의 글을 같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종교개혁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루터의 “95개 반박문”의 주요 구절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이런 말로 끝마칩니다. “그리스도의 백성들을 향하여 ‘평안, 평안’하고 말하는 선지자들은 물러갈지니 그들에게는 평안이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백성들을 향하여 ‘십자가, 십자가’ 하고 말하는 선지자들에게는 복이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평안에 대한 그릇된 확신이 아니라 많은 고난을 통하여 하늘에 들어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루터가 가톨릭 교회의 폐단을 지적하고 개혁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십자가의 신앙을 새롭게 한 사람이라는 것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그 당시에 퍼져있던 영광의 신앙, 번영의 신앙, 그래서 교회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많은 재물을 모으고 화려한 교회당을 세우기 위해 거짓된 가르침으로 성도들의 돈을 갈취하던 그런 신앙이 아니라 고난의 신앙,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십자가의 신앙을 강조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예수믿고 이 세상에서 복받고 번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내가 하나님 앞에서 무슨 대단한 청구권을 가진 의인이 아니라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죄와 모든 더러운 것을 내어버리기 위한 믿음의 싸움을 오늘도 진실하게 싸워가는 것이며 고난과 환란 가운데에서도 오직 우리의 소망이 하나님께 있음을 변함없이 고백하는 것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의롭고 은혜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믿음의 도전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의 형통함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 세상에서 물들은 우리의 모든 불의한 것을 태우는 불입니다. 망해야 할 것은 망해야 하고 무너져야 할 것은 무너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 세상에 헛된 소망을 두지 않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에 어떤 음성을 듣습니까? 그 음성은 우리에게 축복과 은혜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안의 모든 불의한 것을 태우시는 불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헛된 영광은 다 무너져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소망을 어디에 둘 것입니까? 하나님의 소멸하시는 불과 함께 다 타버릴 이 세상의 영광에 우리의 소망을 둘 것입니까? 아니면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우리의 소망을 둘 것입니까?

오늘도 하나님 앞에 나아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불의한 것을 태우시고 하나님을 떠나 쌓아온 모든 것을 허물어뜨리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우리의 믿음을,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는 은혜의 손길을 더욱 의지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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