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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의 입을 여시다 / 민수기 22:27-33

27 나귀가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발람 밑에 엎드리니 발람이 노하여 자기 지팡이로 나귀를 때리는지라
28 여호와께서 나귀 입을 여시니 발람에게 이르되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하였기에 나를 이같이 세 번을 때리느냐
29 발람이 나귀에게 말하되 네가 나를 거역하기 때문이니 내 손에 칼이 있었더면 곧 너를 죽였으리라
30 나귀가 발람에게 이르되 나는 당신이 오늘까지 당신의 일생 동안 탄 나귀가 아니냐 내가 언제 당신에게 이같이 하는 버릇이 있었더냐 그가 말하되 없었느니라
31 그 때에 여호와께서 발람의 눈을 밝히시매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칼을 빼들고 길에 선 것을 그가 보고 머리를 숙이고 엎드리니
32 여호와의 사자가 그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네 나귀를 이같이 세 번 때렸느냐 보라 내 앞에서 네 길이 사악하므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
33 나귀가 나를 보고 이같이 세 번을 돌이켜 내 앞에서 피하였느니라 나귀가 만일 돌이켜 나를 피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

오늘 본문에는 말하는 나귀가 등장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이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들도 가끔은 사람들을 보면서 뭐라고 옹알이를 하듯 중얼거리는데 ‘저러다 말 하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학자들은 사람들하고는 다르지만 동물들도 음성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신호를 주고 받는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문필가이며 기독교 변증가인 C. S. 루이스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니아 연대기"에서 나니아라는 상상의 나라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니아에서 동물들은 말을 합니다. 동물들이 항상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니아가 어둠의 세력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게 될 때 동물들도 말하는 능력을 잃고 야수가 되어버리고 나니아가 다시 회복이 되면 동물들도 말하는 능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C.S.루이스가 말하는 동물들을 그려낸 이유는 단지 어떤 동화적인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루이스가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동물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었고 동물도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창조한 세계에서 동물들에게도 인격을 부여하고 존엄성이 있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성경 속에서의 동물들은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을까요? 하나님이 동물들을 어떻게 대하시는지 잘 알려주는 본문은 바로 노아의 홍수에 대한 기록입니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축구장 크기만한 거대한 방주를 만들게 하셨지만 그 방주에 사람들은 8명만 탔고 대부분 동물들을 태우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8명, 즉 네 쌍만이 들어갔는데 정결한 동물은 암수 7쌍씩 방주에 태웠습니다. 하나님이 창조세계를 보전하고자 하셨을 때에 사람들만이 아니라 동물들까지도 생각하셨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동물들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까마귀를 보내셔서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미리 예비하신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면서 평화의 왕으로 오신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동물은 오늘날의 동물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소처럼 힘이 세지도 못하고 말처럼 빠르지도 못하고 사자보다도 위엄이 부족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소와 사자와 독수리는 신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말하는 나귀는 좀 지나친 이야기가 아닐까요?

오늘 말씀의 이야기는 모압 왕 발락의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나안땅에 이르렀지만 그 때에는 가나안 땅의 백성들이 두려워서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 땅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40년을 광야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광야 생활 40년을 마쳤을 때에 그들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이방 민족들을 두려워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이방 민족들을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모압왕 발락은 그들의 길을 막으려고 영험한 선지자로 알려진 발람에게 사람을 보내어 그를 불러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하게 하고자 합니다. 발람은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돈을 준다는 약속 때문에 딴 마음을 품고 발락에게로 향합니다.

하나님은 발람이 가는 것을 허락하시면서 하나님의 뜻이 아닌 말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그의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천사를 보내어 발람에게 경고를 하고자 하셨습니다. 발람은 그 천사를 보지 못했지만 그가 타고 가던 나귀는 천사가 칼을 들고 길을 막아 선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천사의 칼을 피해서 발람을 구하려고 길을 비켜 가려다가 거듭해서 발람에게 매를 맞습니다. 결국 나귀는 천사에게 더 다가가지 않으려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버리고 발람은 다시 지팡이로 나귀를 마구 때렸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나귀의 입을 여셨고 나귀는 발람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하였기에 나를 이같이 세 번을 때립니까? 나는 당신이 오늘까지 평생동안 탄 나귀가 아닙니까? 내가 언제 당신에게 이같이 하는 버릇이 있었습니까?”

그때 하나님이 발람의 눈을 여셔서 천사가 칼을 들고 선 것을 보게 하십니다. 천사는 발람에게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을 돌이켜 내 앞에서 피하지 않았다면 내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고 말합니다. 나귀 덕에 발람이 목숨을 건졌지만 그것도 모르고 발람은 나귀가 이상한 짓을 한다고 나귀를 때렸던 것입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단지 그 나라의 말을 잘 못하는 것뿐인데 뭔가 모자라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억울한 상황을 당하기도 합니다. 나귀는 발람이 보지 못하는 것 까지 보고 있었지만 단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억울하게 매를 맞았습니다. 하나님이 나귀의 입을 열어주셨을 때 나귀가 한 말은 “나도 다 생각이 있고 내가 당신을 평생 태워온 나귀로서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을 살리려고 하는데 왜 나를 때리느냐”는 말 아니었습니까?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한국사람들이 하기 꺼려하는 험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그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험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험한 일을 한다고 그들을 무시한다면 말 못하는 나귀를 때리던 발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나귀는 말은 못하지만 발람보다 더 영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는 발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발람을 돌이키고자 하였습니다. 나귀는 어떻게 해서든지 발람에게 자신이 보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지만 발람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나귀의 간절함을 보시고 나귀의 입을 열어 주셨습니다.

지난 한 주간 우리교회가 캄보디아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선교의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결국은 언어의 문제입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잘 알아야 하는데 그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단기 선교의 경우에는 더더욱 언어의 장벽,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어렵습니다. 봉사하고 사랑을 전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의 마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고자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지만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때에 많은 어려움과 사역의 한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선교를 다녀와서 오늘 주일 말씀을 준비하면서 이번 선교는 하나님이 나귀의 입을 열어주시는 그런 선교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교지로 가기 전에 기초 언어를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번 단기선교에는 우리교회와 함께 10명의 캄보디아 청년들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우리의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선교를 기획하고 동역하였습니다. 이 청년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고향 마을로 인도해주고 함께 동역하여 현지인과 선교팀이 아름답게 동역하는 은혜롭고 모범적인 선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단기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습니다. 장기 선교사들과는 달리 단기팀은 언어적, 문화적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현지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교하러 간 사람들에게는 은혜가 되지만 현지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에서 오신 의료팀이 합류하여 무의촌에서 더 전문적인 의료혜택을 줄 수 있었고 10명의 천사와 같은 캄보디아 청년들의 도움으로 단기팀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놀라운 사역의 현장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농촌선교와 해외선교가 통합이 되는 듯한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10명의 캄보디아 청년들과 함께 먹고 함께 생활하고 함께 사역하면서 서로 큰 은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은혜를 나누는 시간에 한 캄보디아 청년이 “캄보디아 음식을 늘 먹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을 하는 것을 보고 그들도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캄보디아 청년들은 의료팀에서 통역을 하고 간호사의 역할을 해주고, 아동팀에서는 아예 아동 사역자로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찬양을 가르치고 말씀을 전하고 우리가 준비한 사역을 위해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함께 준비했고 필요한 사역물품들을 현지에서 구매해주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손이 되고 입이 되었을 뿐아니라 우리의 머리까지 되어 주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도울 뿐 아니라 사역을 통해 그들이 은혜받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았던 것도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대부분 단기선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뿌리고 오는 것이기에 그 후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선교는 함께 동역한 캄보디아 청년들이 그 한주간 동안에 변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던 뜻깊은 사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갔던 사역지들은 우리가 직접 현지인들을 통해 연결한 곳이기에 언제든지 다시 갈 수 있고 또 현지 마을과 교회에서 우리가 떠날 때에 꼭 다시 와달라고 요청을 하는 귀한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나귀가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나귀도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어떤 장벽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나귀와 같이 오직 열정만을 가지고 섬기기 위하여 계속해서 도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은 우리의 입을 열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불가능이 없습니다. 어떤 장애, 장벽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믿음이 부족할 뿐입니다. 우리는 나귀가 되어 섬기러 갔고 하나님은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아시고 우리의 입이 되어줄 사람들을 붙여주셔서 나귀와 같은 우리의 입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은혜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깊이 뿌리내리고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먼 곳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해도 어느 곳에서든지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모든 장벽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믿음으로 도전하며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전하는 축복된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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