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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야로 / 민수기 14:20-25

20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네 말대로 사하노라
21 그러나 진실로 내가 살아 있는 것과 여호와의 영광이 온 세계에 충만할 것을 두고 맹세하노니
22 내 영광과 애굽과 광야에서 행한 내 이적을 보고서도 이같이 열 번이나 나를 시험하고 내 목소리를 청종하지 아니한 그 사람들은
23 내가 그들의 조상들에게 맹세한 땅을 결단코 보지 못할 것이요 또 나를 멸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그것을 보지 못하리라
24 그러나 내 종 갈렙은 그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 나를 온전히 따랐은즉 그가 갔던 땅으로 내가 그를 인도하여 들이리니 그의 자손이 그 땅을 차지하리라
25 아말렉인과 가나안인이 골짜기에 거주하나니 너희는 내일 돌이켜 홍해 길을 따라 광야로 들어갈지니라

요즘 영화나 소설 드라마 중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인생에서 어느 시점에서의 선택이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까? 그때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요즘 여러 가지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한번은 날을 잡고 원래의 계획을 바꾸어서 인생의 진로를 틀었던 적이 몇 번이었는지 찾아보았는데 크고 작은 계기들을 합해서 모두 9번이나 경로를 수정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경로를 수정해야 했던가 되돌아봅니다. 잘못된 목표, 무모한 도전, 철저하지 못한 준비의 결과이기도 하고 내 자신의 한계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막힌 길이라고 돌아가고 열린 길을 따라가기 전에 문이 열리기까지 좀 더 끈기있게 두드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요즘 내리는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실패를 두려워했기 때문이고 둘째로,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예수를 잘못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하고 늘 기도하며 결정했지만 그 모든 결정들, 그 모든 계획의 변경이 다 하나님의 뜻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하나님이 그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인도하심을 구합니다. 그런데 기도의 응답의 확신을 얻기까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지만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도 떠오릅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그때 떠오르는 옵션들 중에 가장 만만하고 쉬운 것만을 선택하고 늘 피할 길만을 찾으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단정지은 적도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두렵고 내가 자신이 없기에 그저 하나님이 피할 길을 주신 것으로 핑계를 대며 열리는 문으로 그냥 도망가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다 봅니다.

사실 아직도 확실히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무모함이 더 큰 문제인지 아니면 비겁함이 더 큰 문제인지. 하지만 요즘 내리는 결론은 그 도전과 실패와 수정의 결과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더 미래의 여정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는가 아니면 결국 다른 이들에 대한 불만과 핑계만 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고 그 결과로 내 자신이 얼마나 성숙하게 되었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다 남의 탓이고 상황,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그런 실패는 남들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 한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고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어둔 그늘 속에 묻혀버리고 우리는 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 간다면, 조금씩 지혜를 얻어가고 조금씩 내가 가야 할 길들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아간다면 미래는 조금씩 안개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우리의 실패와 우리의 시행착오는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군대에 가서 사격훈련을 할 때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영점조정(零點調整)입니다.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총이 제대로 조정되어 있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총알이 날아가기 때문에 한 발 한 발 쏘아가며 형성된 탄착군을 확인하고 조금씩 정교하게 목표에 근접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목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알았다고 그 곳에 바로 도달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준비되고 조정되고 훈련되어 있지 못하면 그 목표를 향해 곧장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계획된 경로를 조정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의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기껏 가나안땅에 도착했지만 정탐꾼들의 부정적인 보고에 두려움을 느끼고 모세에게 왜 이곳까지 데려와서 우리를 다 죽게하냐고 원망하게 됩니다. 진노하신 하나님은 이들이 가나안땅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너희는 내일 돌이켜 홍해 길을 따라 광야로 들어갈지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들은 결국 왔던 길을 돌이켜 다시 광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의 광야생활이 이어집니다. 이들은 광야생활 동안 수도 없이 다시 가나안땅에 도착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싸움한번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레짐작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왜 돌이켰습니까? 성경은 단지 우발적인 사건이었다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들 사이에 분열과 다툼, 원망이 있었습니다. 백성들 가운데에서도 그랬지만 핵심 지도층에서도 그랬습니다. 모세의 형인 아론과 누이인 미리암도 모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이 모세를 택하신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성경에는 12명의 정탐꾼들을 뽑아서 보냈다고 합니다. 왜 각 지파별로 한명씩 보냈을까요? 그것은 지파들간에 서로 신뢰가 부족하고 경쟁관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신뢰하고 있다면 한 지파에서 12명을 다 보냈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단지 정탐꾼으로서의 자질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았다면 뽑이지 않았을 사람들도 각 지파별의 몫을 나누었기에 정탐꾼이 된 것입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분별할 영적인 안목도 없고, 믿음의 확신도 부족한 사람들, 그저 자기 지파의 이익, 자기 지파의 몫을 확보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정탐꾼으로 가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지 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돌아온 정탐꾼들의 보고를 들어보면 그 들 중에 자질이 있고 제대로 준비된 사람은 갈렙과 여호수아 두 사람 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위해서 가는지도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정탐의 목적은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진군하여 들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 벌어질 싸움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탐을 다녀와서는 그 땅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억측만 하고 있습니다.

40년 후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다시 가나안땅을 향해 진군할 때에도 그들은 정탐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단 두명만을 보냅니다. 그리고 자질을 갖춘 그 두 사람이 40년 전의 12사람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제대로 된 싸움 한번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다시 광야로 떠나야 하는 그 발걸음은 얼마나 무겁고 처량했을까요?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민수기에서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그들의 불평과 불만은 그치지 않습니다. 들어가기 싫다던 사람들이 이제는 왜 자기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했냐고 또 원망합니다. 정말로 답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40년이라는 세월은 그 답이 없는 공동체가 변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불평과 원망을 하던 그 마지막 한 사람이 죽기까지 그들은 광야를 방황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믿음의 의미를, 연합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40년 후에 다시 가나안땅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서 가나안 동편을 차지한 두 지파반, 즉 르우벤 지파,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 지파의 절반은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자 했지만 다른 동료지파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함께 요단강을 건넙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들은 함께 함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40년은 헛되이 흐르지 않았고 그들은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실패할 수 있고 좌절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경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실패가 곧 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이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시 돌아올 것인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대로 포기하고 이대로 무너진다면 이곳이 인생의 결론이 내려지는 곳이 되겠지만,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아직 우리 인생의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그 때 그 과정속에 있었던 모든 이야기는 추억과 감동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최근의 베스트셀러인 “그릿(Grit)”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grit은 끈기, 혹은 투지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인데 이 책의 요지는 타고난 재능 보다 열정과 끈기가 성공에 있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여러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사례 중에 두 가지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첫째는 “뉴요커”라는 잡지의 시사만평가인 밥 맨코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만화가의 꿈을 가지고 잡지사에 만화를 기고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는 선택되어 게재된 그림들을 일일이 분석하고서 그림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독자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인가, 그리고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가라는 것을 알게 되고 계속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며 도전합니다. 결국 잡지사로부터 무려 2000번의 퇴짜를 맞은 후에 첫 만화가 채택되었고 그 다음에 12점, 그 다음에 27점이 게재되었고 결국 장기 계약을 맺고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사례는 “뉴욕타임즈” 아프리카 지부장이 된 제프리 게틀먼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동아프리카에 매료되어서 어떻게 하면 동아프리카에서 일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갖게 되었고 아프리카에서 일하기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종은 언론인이 되어서 아프리카 특파원이 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다가갑니다. 먼저 대학의 학보에 기고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방학기간 중 작은 신문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그 다음에 지역의 작은 신문사의 기자가 되고, 그다음에 유력한 일간지로 옮기고, 그 다음에 뉴욕타임즈의 지역 통신원이 되고, 그 다음에 전쟁을 취재하는 특파원이 되고, 마지막으로 7단계 만에 뉴욕타임즈 동아프리카 지부장이 되었습니다.

한번에 목표를 성취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많은 거절 속에서도 계속해서 도전하던 사람,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 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신이 가고자 했던 그 곳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의 경로는 달라질 수 있고 계획은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길에서 어떤 경험을 하든지 우리는 계속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도전해야 하고 꿈을 꾸어야 하고 우리 인생을 향한 선하신 인도하심을 확신하고 찾아내고 순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다시 광야로 향하는 걸음인지 모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 광야생활을 마치고 다시 가나안땅을 향하여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든지, 지금 우리의 인생길에서 어떤 단계에 와있든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살피고 반성하고 수정하며 업그레이드 하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심을 깨닫고 견고하게 믿음의 발걸음을 흔들리지 않고 내딛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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