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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희를 미워한다해도 / 요한복음 15:18-21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19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20 내가 너희에게 종이 주인보다 더 크지 못하다 한 말을 기억하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은즉 너희도 박해할 것이요 내 말을 지켰은즉 너희 말도 지킬 것이라
21 그러나 사람들이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이 모든 일을 너희에게 하리니 이는 나를 보내신 이를 알지 못함이라

4월부터 다시 요한복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수난과 죽으심과 부활에 이르는 마지막 길을 따라 갑니다. 사순절이라는 절기는 우리의 인생길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예수님이 가셨던 길을 살펴보며 그 길을 기준으로 할 때에 내가 가는 길은 어떠한 길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해보게 됩니다. 신앙은 우리를 생각하는 삶으로 인도해 줍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 방향을 점검하고 지금 내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게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삽니까? 적어도 여러분이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여러분은 의미있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의식적으로 어떤 목적을 추구하고 있지 않는다 해도 대개 사람들은 개인의 성취를 위해서 혹은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보람을 느끼던 경험들, 내가 가치있는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느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보람과 기쁨은 쉽게 살아지고 우리는 늘 뭔가 채워지지 못한 삶에 머물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불화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진정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지나갈수록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고 지금 지금 나의 모습에 대해, 지금 내 인생에 대해 늘 남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인생의 방향타를 놓쳐버리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구경꾼이 되어버립니다. 무엇이 옳은지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할 용기가 부족하고, 그 것에 따른 불편함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아들러의 사상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최장기간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운 책입니다. 이 책이 오랜 기간 인기를 끈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이 예수님을 미워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따르는 삶도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삶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십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생각합니까?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온화하고 자상하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렇게 착하고 선하시고 두루 두루 모든 사람들에게 원만하게 대하시는 그런 분이었다면 왜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박았겠습니까?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어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 거침이 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용납되지 못할 그런 가르침을 펴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의 인간관계는 두루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편향되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죄인이라고 생각하던 세리와 죄인과 창기들에게는 다정히 대하셨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던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사람들, 당시에 힘이 있고 스스로 지도자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신랄하게 비난하셨고 그래서 그들의 비난을 자초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거칠게 사셨고 또 그런 삶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왜 예수님은 미움을 받는 길로 우리를 부르십니까? 인생의 가치는 자아의 성취를 통해서,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가치는 내가 얼마나 진리에 합당하게 살아가느냐, 그리고 그런 삶을 위해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우리가 자신의 체면을, 원만한 관계와 안락함을 포기하지 못하면 결국 그 대가로 텅빈 허무한 인생을 얻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무엇이 옳은지를 이야기하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고 이런 불편감을 감내하면서도 이루어야 하는 변화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종종 신학공부를 좀 했다는 사람들로부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서 답답하지 않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렇지 않다고, 우리 교회는 다른 교회와 달라서 성도님들이 열려있고 어떤 주제의 말씀이든지 경청한다고 대답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내가 담대하게 전해야 할 말씀을 다 전하고 있는가 반문해볼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일에 교회에 와서 말씀을 들을 때에 어떤 경험을 하십니까? 만일 여러분이 늘 위로하는 이야기만을 듣고, 늘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만을 얻고 한 번도 불쾌하거나 거슬리는 이야기, 여러분의 생각과 부딪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면 어쩌면 여러분은 거짓선지자 앞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셨을 때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사도 바울이 말씀을 전했을 때에, 선지자들이 말씀을 전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사람들이 소리치고 돌을 던지고 심지어 죽이려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위로하고 은혜를 주시지만 또한 우리의 위선을 폭로하고 우리의 거짓을 드러나게 하고 우리를 발가벗겨서 우리가 얼마나 부정하고 더러운 존재인지를 폭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신의 정직한 모습에 직면하게 되므로 스스로 돌이켜서 진정한 영적인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게 됩니다.

어떤 추상적인 진리를 외치는 것은 쉽지만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거스르는 그런 말씀을 증거하는 것은 쉽지 않고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저대로 여러분은 여러분대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진리의 편에 서며 이 세상을 더 옳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와 헌신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좀 다른 문제들을 접하게 됩니다. 남들이 뭐라해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타협과 소통이 없는 것을 소신으로 삼는 사람들의 모습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이 정말로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이 미워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인가 반문해보게 됩니다.

내가 예수님을 따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미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내가 신앙적으로 더 정당한 삶을 사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세상을 거스르는 것 그 자체를 자신의 정당함의 근거로 삶는 청개구리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관심을 끌면서 자신의 삶의 위안을 삼고자 합니다. 남들의 인정을 구하든지, 스스로 그것을 거스름으로 자신의 삶의 정당성을 확인하려 하든지간에 결국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살아간다는 데 있어서는 동일한 것입니다.

그리고 힘이 있는 사람이 미움받을 용기로 충만할 때에 세상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앞뒤 안가리고 휘두르는 칼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세상을 거스르는 용기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거스르며 진리 앞에 서는 용기입니다.

내가 늘 억울하고 내가 늘 정당한데 세상이 나를 오해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거스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의 잘못을 깨우쳐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도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고 내가 진리로부터 멀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진리의 기준은 남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들이 인정한다고 진리인 것도 아니고 남들을 거스른다고 진리인 것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거스르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거스를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런 용기가 없는 사람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그런 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비겁함 때문에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며 그것이 마치 대단한 용기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남들을 거스르는 것에만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우리에게는 미움받을 용기 뿐 아니라 용서받을 용기, 다른 이들을 거스를 용기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거스를 용기가 더 필요합니다.

진리의 기준을 바로 세우고 내 삶을 분별하며 남들이든지 내 자신이든지 옳지 않은 것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바른 길을 택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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