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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에 선 사람들 / 예레미야 48:1-6

1 모압에 관한 것이라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오호라 느보여 그가 유린 당하였도다 기랴다임이 수치를 당하여 점령되었고 미스갑이 수치를 당하여 파괴되었으니
2 모압의 찬송 소리가 없어졌도다 헤스본에서 무리가 그를 해하려고 악을 도모하고 이르기를 와서 그를 끊어서 나라를 이루지 못하게 하자 하는도다 맛멘이여 너도 조용하게 되리니 칼이 너를 뒤쫓아 가리라
3 호로나임에서 부르짖는 소리여 황폐와 큰 파멸이로다
4 모압이 멸망을 당하여 그 어린이들의 부르짖음이 들리는도다
5 그들이 루힛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울고 호로나임 내리막 길에서 파멸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을 듣는도다
6 도망하여 네 생명을 구원하여 광야의 노간주나무 같이 될지어다

예레미야서의 뒷부분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열방에 대한 예언입니다. 이 말씀 속에 애굽과 바벨론과 이스라엘 주위의 모든 나라들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이 나타납니다. 열방에 대한 선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든지 믿지 않는 사람이든지, 모든 사람들, 이 세상의 모든 나라, 모든 권세가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로마서에서 가르치는 대로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또한 열방에 대한 심판의 예언은 언젠가 이 세상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는 종말의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 외에도 여러 민족들이 등장합니다. 애굽과 바벨론, 앗수르, 페르시아같은 당시의 대제국들뿐만 아니라 아람, 모압, 암몬, 블레셋, 에돔 그 외에도 아말렉, 미디안, 아모리, 여부스 등의 여러 민족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민족들과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관계도 다양합니다.

오늘 본문은 모압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모압은 지금의 요르단 지역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성경에서 모압은 아브라함의 조카였던 롯의 자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소돔이 멸망할 때에 천사의 인도로 그곳으로부터 도망간 롯은 산 속의 동굴에서 두 딸과 살게 되었는데 이대로 자손이 없이 늙어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두 딸이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동침하여 각각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들이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에돔이라는 나라도 모압과 암몬과 가까이에 위치한 나라였는데 에돔도 거슬러 올라가면 야곱의 쌍둥이 형인 에서의 자손들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므로 모압과 암몬과 에돔 족속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혈연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는 모압과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관계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가까이 가게 되었을 때에 이들 나라들을 지나게 되었지만 하나님은 에돔, 모압, 암몬 족속의 땅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땅이기에 그 곳에서 아무것도 취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모압은 이스라엘이 다가오는 것에 위협을 느껴서 그들의 왕인 발락이 발람이라는 선지자를 사주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저주를 내리려 했지만 하나님이 그를 감동하셔서 오히려 발람이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이야기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생활을 마치게 되었을 즈음에 바로 이 모압의 백성들 사이에서 머무르다가 그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스라엘의 남자들이 모압의 여인들과 교제하다가 유혹을 받아 우상을 섬기게 되었고 그래서 하나님의 큰 진노를 사게 되기도 했습니다.

모세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나안 땅이 바라보이는 모압 땅에 있는 느보산에서 죽었습니다.

모압은 룻기의 주인공인 룻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나오미의 가족은 사사시대에 이스라엘에 흉년이 들어서 모압 땅으로 이주했다가 그 곳에서 룻을 며느리로 맞아들였습니다. 그 후에 나오미의 남편과 아들들이 다 죽게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 나오미의 두 며느리 중에서 룻은 나오미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룻은 나오미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보아스라는 사람을 만나서 다시 결혼하게 되고 룻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오벳이 바로 다윗 왕의 할아버지였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쫓겨다닐 때에 다윗의 부모님을 피난시킨 곳이 모압 땅이었는데  그 이유도 다윗의 아버지가 모압 여인 룻의 손자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압과 다윗의 우호적인 관계는 오래 가지 않았고 다윗이 왕이 된 후에 전쟁이 일어나 다윗에게 정복되었고 그 후에 이스라엘에 복속되어 있었습니다. 열왕기에 보면 모압 왕 메사가 이스라엘에게 복속되어 있다가 반란을 일으켰고 모압에 대항하여 북이스라엘와 남유다와 에돔이 연합하여 전쟁을 벌인 기록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압은 여러 가지로 이스라엘의 역사와 연관이 되어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고 이방나라와 다를 바 없이 이스라엘과 대립하였고 결국은 다른 이방의 나라들과 함께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게 됩니다.

성경의 역사 속에서 모압의 지위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들 사이의 경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압은 이스라엘 주위의 다른 어떤 민족들보다도 하나님의 역사를 가까이에서 목도할 수 있었던 나라였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에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이 모든 사건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 더 확실하게 믿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모압의 예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하나님을 대적하고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모압과 암몬, 에돔과 같은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 보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가까이 있었고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음을 얻지 못했고 결국은 다른 이방 나라들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가게 됩니다.

종교는 영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한 개인의 인격적인 성장이나 한 사회의 윤리적인 기준을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러나 또한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세계관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선과 악, 진리와 비진리, 옳고 그름으로 나누기 때문에 오히려 분쟁과 대립이 격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종교 간의 갈등이 문명의 충돌을 만들고 이념의 갈등보다 더 깊은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거창한 차원에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신앙의 문제가 사람들 사이에 빚어내는 갈등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교회 안에 머물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열정적인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좀 더 주변부로, 경계선으로 물러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경계선에 머문다는 것은 그 자리에 계속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세상으로 향해 끌려가는 힘에 자신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퍼스트맨(First Man)”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아폴로 11호가 달까지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 마치 달에 직접 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지구에서 달로 가는 과정은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돌아오는 과정은 거의 생략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화 상의 클라이막스가 달에 도착하는 순간이었기에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영화에 묘사된 내용과 우주에 대한 상식적인 지식으로 생각해보면 달에까지의 왕복의 여정에서 지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고 그 후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쉽고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우주선이 발사될 때에는 우주선 자체보다 훨씬 더 큰 연료통을 달고 추진력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단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런 힘이 필요가 없습니다. 무중력상태에서는 달을 향해 방향만 조정하면 관성의 힘으로 날아갈 수 있고 달에 착륙할 때에는 달의 중력이 우주선을 끌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돌아올 때에도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달의 중력에서 벗어날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지구에 가까이 가게 되면 지구의 중력이 또 우주선을 끌어당기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지구에서 벗어나서 무중력 상태에까지 이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이 과정을 영적인 삶의 비유로 빗대어 볼 수도 있습니다. 창세기의 묘사를 보면 인간은 하나님이 흙으로 빚으시고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 넣으셨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다른 피조물처럼 하나님이 지으셨지만 또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적인 본성과 하나님의 은혜의 이중적인 힘 안에서 살아갑니다. 마치 중력이 우리를 잡아 끌고 있듯이 인간 속에 있는 동물적인 본능은 우리가 쉽게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탁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우리의 죄악과 연약함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사모하며 영적인 추진력을 얻어서 믿음의 길을 가야 합니다. 마치 로켓이 추진력을 잃으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본성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의탁하게 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우리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게 되면 다시 뒤로 돌아가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으로나 세상적으로나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야 하고 새로운 결단 앞에 서야 합니다. 그러한 도전과 결단의 시간에 어떻게 응답을 하느냐가 우리의 인생의 많은 것을 달라지게 됩니다. 도전과 결단을 회피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 한다고 해서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은 점점 더 커져갈 것이고 자신의 무능과 연약함에 대한 실망감도 더 커져가게 될 것이고 우리의 인생은 더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종교적인 열정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그러나 진정한 신앙의 열정, 영적인 도전은 사랑의 도전입니다.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더 깊은 사랑으로의 도전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더 확실한 하나님의 은혜에 이르는 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의 도전을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대신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누군가를 배제하고 누군가를 깎아 내리므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비신앙적인 행위입니다. 우리가 신앙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한다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더 깊이 경험한다면, 우리를 통해 우리의 이웃들을 향해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기쁨을 더 알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사랑의 도전을 그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올해 한 해 우리는 누구를 사랑했고 어떤 사랑의 열매를 맺었습니까?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며 믿음의 길에 헌신해 왔습니까?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해를 준비하며 새해에는 더 온전한 사랑의 열매를 맺기 위한 우리의 도전이 새롭게 시작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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