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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자들을 쫓아내신다 / 신명기 9:1-5

1 이스라엘아 들으라 네가 오늘 요단을 건너 너보다 강대한 나라들로 들어가서 그것을 차지하리니 그 성읍들은 크고 성벽은 하늘에 닿았으며
2 크고 많은 백성은 네가 아는 아낙 자손이라 그에 대한 말을 네가 들었나니 이르기를 누가 아낙 자손을 능히 당하리요 하거니와
3 오늘 너는 알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맹렬한 불과 같이 네 앞에 나아가신즉 여호와께서 그들을 멸하사 네 앞에 엎드러지게 하시리니 여호와께서 네게 말씀하신 것 같이 너는 그들을 쫓아내며 속히 멸할 것이라
4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신 후에 네가 심중에 이르기를 내 공의로움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나를 이 땅으로 인도하여 들여서 그것을 차지하게 하셨다 하지 말라 이 민족들이 악함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심이니라
5 네가 가서 그 땅을 차지함은 네 공의로 말미암음도 아니며 네 마음이 정직함으로 말미암음도 아니요 이 민족들이 악함으로 말미암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심이라 여호와께서 이같이 하심은 네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맹세를 이루려 하심이니라

예전에 잠시 직장생활을 할 때 제가 다니던 회사는 IT전문 기업이었습니다. 그때 주로 맡았던 일은 해외의 새로운 제품들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었데 특히 당시에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 주로 접촉했던 나라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당시에 서로 오랜 세월 폭력적인 갈등을 이어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4년 오슬로협정을 맺고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서로에게 약속했고 그 공으로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아라파트 의장이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중동지역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거래를 꺼리는 우리회사에게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 이제 중동평화조약이 체결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스라엘은 중동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중동에 평화가 정착되면 이스라엘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력을 가진 국가이기에 역으로 중동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때 한 회사와 상당히 논의가 진전되어서 계약이 체결되면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였던 저는 이스라엘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장기 출장을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막판에 계약이 깨지는 바람에 결국 이스라엘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새롭게 시작된 중동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평화회담을 주도했던 한 축인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다음해에 아랍인이 아니라 유대인 극단주의자에 의해 암살을 당했고 팔레스타인에서도 평화회담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들의 폭동이 일어나서 평화는 깨어지고 오늘날까지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때 느꼈던 것은 평범한 이스라엘의 기업인들, 이스라엘의 많은 사람들도 사실은 평화를 원하고 공존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평화가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제스춰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갈등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중동의 갈등의 불씨 중의 하나가 종교적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이 유대인들에게 옛 가나안 땅,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땅의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도 하나님이 가나안 땅에 사는 아낙 자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본문에서 열거되는 가나안 7족속을 쫓아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시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우리가 믿는 성경이 이 땅에 영원한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삶의 기초를 파괴하며 전쟁의 두려움 속에 살게 하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은 하나님이 가나안 땅에서 살던 이방인들을 쫓아내시는 이유가 그들의 악함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가나안의 주민들은 항상 악한 사람들이고 그들과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교류와 평화는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입니까?

처음에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조상이며 우리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셨을 때에 그는 그곳에서 그 땅의 주민들과 평화롭게 살았고 하나님도 그들을 몰아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내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그의 아내를 장사지낼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셨기 때문에 그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정당한 값을 치루고 막벨라 굴을 사서 장례를 치렀고 그 곳이 대대로 아브라함의 집안의 묘지가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이방인들이 자신이 수고롭게 파놓은 우물을 빼앗았을 때 자신의 땅을 빼앗았다고 분노하지 않고 그들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몇 번을 거듭해서 양보하고 새로운 우물을 팠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양보하던 이삭에게 앞으로 번성하게 되리라고 약속하셨고 그 땅의 지도자들도 “하나님이 네와 함께 계심을 보았다”며 이삭을 찾아와서 앞으로 평화롭게 지내자며 함께 맹세를 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심지어 세겜이라는 곳에서 세겜의 족장의 아들에게 자신의 딸이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가능하면 그들과 평화하기를 원했기에 세겜의 족장이 결혼을 제의했을 때 받아들였고 그의 아들들이 그 평화를 원하지 않아서 세겜족속들을 죽였을 때 그 아들들을 책망하기도 했습니다. 

후에, 이스라엘에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나라를 세웠을 때에 사울왕이 여호수아 시대에 맺은 약속을 깨고 함께 살게 되었던 이방인인 기브온 족속들을 죽였을 때에 하나님은 이방인들과 맺은 평화의 맹세를 깨뜨리고 그들을 죽인 죄를 사울왕의 집안에 물으셔서 사울의 자손 7명을 처형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말씀들을 보면 하나님이 가나안땅에 사는 모든 이방인들을 언제나 악한 자들로 보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들을 진멸하고 그들과 전혀 교제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이 말하는 그 땅의 백성들의 악함은 그 당시의 하나님의 특별하신 뜻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가나안 족속들을 멸하라고 하셨을 때에 이스라엘도 그 땅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악한 일을 일삼으면 그 땅에서 그들도 쫓겨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 그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을 때 이방나라들에 의해 멸망을 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끌려가게 되었다는 것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성경에 기록된 아낙자손들, 가나안 7족속들을 지금 팔레스타인의 주민들과 동일시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악하다고 하셨기 때문에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사는 아랍계 주민들도 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일본 천황의 조상이 한반도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일본이 전쟁에서 저지른 죄의 대가를 한국사람들도 치러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옛 가나안 족속들간의 혈연적, 인종적 관계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 정도, 그 보다도 사실은 더 먼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근거로 과거에 십자군 운동을 일으켰던 것, 지금도 성경을 근거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배타적인 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이 유대인들을 위한 책이고 그들을 위한 예언이라고 읽는다면 우리가 구약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구약성경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초대교회에 일어났던 중요한 갈등은 예수를 믿는 이방인들이 구약성경의 율법을 그대로 지켜야 하느냐는 문제였고 사도들의 해답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가 구약성경을 읽어야 합니까? 사도들은 구약성경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구약성경의 하나님의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 구약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깊은 은혜를 알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알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을 읽을 때에 우리가 마치 유대인이라도 된 것처럼 유대인들의 역사로서, 유대인들의 편에 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모든 민족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약속을 발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미 구약성경에서도 모든 열방들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실 것임을 약속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을 위하여 택함을 받았고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인간은 얼마나 하나님 보시기에 죄인인지를 가르치시고 이 세상 모든 민족들을 구원하시려는 선하신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알리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평화가 되셔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막힌 담을 허셨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은혜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이방인들 중에서도 상 이방인인 지구 반대편의 우리들도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만이 이 땅을 위한 구원을 길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평화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중동에서 보듯이 여러 번의 약속은 깨뜨려졌고 수 십 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평화의 적은 우리의 바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도 있고 내 안에도 있으며 때로는 나의 잘못된 신앙 속에도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악을 멸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그 악은 남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다시 한 번 평화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의 경험과 세계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평화의 길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세계 역사의 여러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도 우리의 죄악 때문에 하나님의 원수가 되었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셨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시고 친히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까지도 용서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주일입니다. 성령은 오늘도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따르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에 이루어진 평화를 전파하는 삶을 살도록 우리를 도우십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한 좁은 길입니다. 평화로 가는 길에서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이름으로 분쟁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길의 맨 앞에 서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우리 자신을 살피며, 이 땅과, 더 나아가 온 세상에 평화의 복음이 퍼지기를 원하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함께 누리는 날이 속히 오도록 기도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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