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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열어 보게하옵소서 / 열왕기하 6:15-17

15 하나님의 사람의 사환이 일찍이 일어나서 나가보니 군사와 말과 병거가 성읍을 에워쌌는지라 그의 사환이 엘리사에게 말하되 아아, 내 주여 우리가 어찌하리이까 하니
16 대답하되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와 함께 한 자가 그들과 함께 한 자보다 많으니라 하고
17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 하니 여호와께서 그 청년의 눈을 여시매 그가 보니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둘렀더라

오늘 본문은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본문들 중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은 아람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에 초기에는 블레셋이 이스라엘을 괴롭혔지만 다윗의 시대 이후로는 쇠락해갔고 그 후 열왕기에서 다루는 시대에는 아람이 가장 자주 등장하여 이스라엘과 갈등관계를 빚었습니다. 열왕기하 6장 앞부분을 보면 아람 왕이 이스라엘에 군대를 보내 미리 매복하여 이스라엘 왕을 치려했는데 번번이 이스라엘 왕이 미리 알고 피해가거나 군대를 보내서 방비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아람왕은 분명히 내부에 첩자가 있기 때문에 작전정보가 새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신하들을 추궁합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신하가 이스라엘에 엘리사라는 선지자가 있어서 왕궁의 침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다 알고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람 왕은 엘리사를 제거하기 전에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여 엘리사 한 사람을 잡기 위해 큰 군대를 일으켜서 지금 엘리사가 있다고 하는 도단이라는 성읍을 밤새 포위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엘리사를 수종드는 사환이 일어나 나갔다가 많은 군대가 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놀라서 두려워할 때 엘리사가 그에게 말합니다. “우리와 함께 한 자가 그들과 함께 한 자보다 많으니라” 그리고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할 때 그 종의 영적인 눈이 열려서 불말과 불병거가 엘리사를 둘러서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우쳐 줄뿐 아니라 마치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극적인 장면들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제게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은 제가 2005년 11월 2일 현대교회에서 했던 첫 설교의 본문이기도 합니다. 현대교회에서 사역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것은 11월 말이었는데 그 전에 먼저 와서 수요예배때 설교를 하며 성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이 본문을 가지고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로 보아야 할 것을 보고 있는가, 우리가 보는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설교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설교를 준비하면서 지난 시간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제 자신에게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교회도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의례껏 부교역자 시절에 거쳐가는 교회들 중 하나인 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평생을 함께 하는 교회가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예비하심이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다시 오늘 본문을 대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봅니다. 나는 정말로 보아야 할 것을 보고 있는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내 인생의 미래의 소망을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 교회의 미래의 비전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엘리사가 그의 시종의 눈을 열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을 볼 수 있게 했던 것처럼 성도들의 영적인 눈을 뜰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우리가 신앙에 대해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표현할 수 있지만 신앙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지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기초 위에 드러나 있는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것입니다. 성경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여러 구절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린도후서 4:18)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 보이는 것은 나타난 것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니라” (히브리서 11:3)

그런데 신앙만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최근에 구입한 책 중에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입니다.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한 교양과학서라고 할 수있는데 신앙이나 종교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순수한 과학서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 보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원리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적당한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큰 것도 너무 작은 것도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중요한 구조와 원리는 가장 작은 세계 속에, 그리고 가장 큰 세계 속에서 드러납니다.

예전에 교회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에 한 아이가 “하나님이 어디 계셔요? 왜 하나님은 안보여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여러분들도 한두 번쯤은 받아보셨거나 아니면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런 질문을 가져 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그때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네가 파리를 삼켰다고 생각해 봐. 파리가 네 뱃속에 있다면 파리에게 네 모습이 보일까? 보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없는 것은 아니지? 게다가 지금 파리가 보고 있는 건 사실은 다 너야”

과학자들은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원리와 구조를 자연현상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이성적 추론으로 찾아갑니다. 신앙인들도 관찰을 하고 분석을 하고 성찰을 합니다. 우리의 관찰과 분석의 대상으로는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며 관찰하고 분석하고 묵상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 속에서 만납니다. 또한 우리의 신앙의 체험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도우시기 위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체험을 허락하십니다. 그런 영적인 체험들을 소중히 여기고 성찰함을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세계의 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신앙의 세계에서는 과학처럼 신앙의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추론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대상과 직접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사랑함으로 알아가는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천지를 지으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구원하시고 사랑하시는 예수님, 오늘도 우리를 도우시고 인도하시는 성령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신앙의 진리 안에 우리 자신이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때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벅차게 생각이 되고 그저 보이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감당하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는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에 특별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에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그 사람의 밖으로 들어나는 말과 행동에 주목하면서 어떻게든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생각과 의도와 계획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지 않습니까? 순진하게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좀더 거창하게 이야기해보면 이 세상에는 많은 음모론들이 있습니다. 여러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사실은 이 세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리메이슨이 어떻고 유대인들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을 한두 번쯤은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성경이 말하는 이야기는 이런 음모론들 같은 것입니까?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힘에 의해 우리의 삶이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늘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 것입니까?

조금 이야기를 바꾸어 보겠습니다. 올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일 들 중에 “미투운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혔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회적인 지위에서 물러나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끝나는 것같지만 법정에서의 공방으로 가면 문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들 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뉴스들을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미투운동과 관련해서 지루한 법적인 공방이 이어지는 것을 봅니다.

여러분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 여러분 보다 더 힘 있는 사람들과 진실을 가지고 공방을 벌이게 될 때에는 현실세계의 힘의 불균형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고 과연 진실이 밝혀질 것인지, 과연 내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게 생각하여 근심하게 되고 때로는 포기하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쩌면 여러분이 힘이 있는 사람이어서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큰 힘이 우리에게 미치고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에는 민감하게 느끼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행사하는 힘에 대해서는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기 보다는 알고 있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의를 제기할 때에 별로 눈여겨 보고 듣지 않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경험하고 예측할 수 있는 힘의 불균형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 불균형에 의지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보이는 세계의 불균형을 뒤집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또 다른 불균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불균형은 약한 자들 편을 향한 불균형이고 힘이 없는 자들을 도우시는 불균형이고 진리의 편에 서는 사람을 위해 베푸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세상의 역사는 무엇을 말합니까? 약한 사람들이 늘 패배해왔습니까? 거짓이 늘 진실을 가려왔습니까? 늘 정의가 실패하고 불의가 승리하는 세상이었습니까? 보이는 세계 속에서 약한 사람들이, 정의로운 사람들이, 진실된 사람들이 많은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과거의 역사는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약한 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진실이 거짓의 장막을 벗겨버리고, 정의가 불의를 깨드려 왔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그 모든 승리의 열매들을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과거 전통시대에는 많은 여성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회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고 침묵을 강요당했었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신앙을 찾아 함께 모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찾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일본제국의 지배를 받던 희망없던 조선 민족이 독립을 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이렇게 번영하는 나라를 이루고 과거의 독재국가의 오명을 벗고 가장 민주화된 나라로 인정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역사가 이 모든 것을 증명하지 않습니까?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힘을 깨뜨릴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그들의 도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실 너머의 세계를 보고 꿈을 꾸고 현실의 장벽에 도전하는 일들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 가운데 자기 자신이 깨어지기도 하면서도 끝내는 그 벽을 깨뜨려왔습니다. 그들의 믿음과 수고와 헌신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며 지금도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우리의 눈을 열어 하나님의 권능을 보게 하시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셔서 우리가 가는 길을 인도해 주시고 우리가 진실된 길을 갈 때, 의로운 길을 갈 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길을 갈 때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에게 능력주심을 경험하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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